주가는 진정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할까?
1980년대에 시작된 LBO(차입매수:Leveraged Buyout)부터 엔론의 파산, 2002년 월드컴 파산까지 계속된 일련의 월스트리트와 미국의 거대 기업들의 부정한 거래와 사기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우리는 흔히 주가란, 한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한다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은 국가의 공신력을 이용한 특정집단에 의해 일반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세뇌 되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투자를 해왔다. 지금도 수백만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그에 따른 결과를 보면, 그것은 일반투자자들의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실로 나타날 뿐이다. 그래도 이 책의 배경인 미국 시장의 경우, 버블로 인한 피해가 우리와 비교하면 액수는 클지 몰라도 비율면에서는 작은 편이다. 왜냐하면 그 곳은 대부분 간접투자의 형태를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 비중이 아직은 높은 관계로 그들의 97%가 손실이라는 결과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참담함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 몇 년간의 펀드투자 증가를 감안해도 그렇다.)
이러한 결과들을 보면서, 주가가 기업의 미래가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면, 아주 유용한 조언해주는 책이 바로 "버블의 기원"이다. 약간의 힌트를 주면 이 책에서 말하는 주가란 대주주들의 심리상태다. 그리고 실제로 이 명제를 잘 이해한다면 주식투자가 수월해진다.
참고로 먼 과거에 있었던 버블의 역사는 국일증권연구소에서 출간한 "금융투기의 역사"에 너무나도 소상하게 나온다. 버블의 기원은 금융투기의 역사 그 이후에 벌어진 인터넷과 네트워크 버블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전작 "천재들의 실패"에서와 같은 치밀하고 냉정한 서술로 증시의 허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듣고 있는 절대로 투명하고 거짓이 없을 것만 같은 미국의 월스트리트가 실제로는 얼마나 썩어있는가에 대해 고발한다. 그 고발의 대상에는 현대 경영혁신의 대명사 " GE의 잭 웰치 "도 포함되있다.
그리고 오바마 이전 10년동안 안그래도 망가진 미국경제를 더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 아들 부시의 수상한 부당한 주식거래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증권거래 조작으로 큰 이익을 챙긴 그는 그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0여년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물론,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겠지만... 우습게도 그게 현실이다.
* 아래는 책의 주요내용..
P. 34
젠슨의 '기본교육'에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버핏을 주주 지향적 경영자로 만든 것은 그의 주식소유 비율도 아니고 타고난 합리성도 아니다. 핵심요인은 바로 '버핏은 자기 돈으로 주식을 샀다.'는 것이다.
포커를 하는 경우에도 '횡재한 돈(house money)'으로 게임을 하는 자는 과감하게 배팅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기 돈을 투자한 경영자는 스톡옵션을 거저 받은 경영자보다 휠씬 세심하게 회사를 경영할 것이다. 젠슨이 제안했던 경영자는 후자이다.
P. 61
아담스미스 이후의 경제학자들이 입을 모아 얘기했듯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 물론 공짜점심도 없다. 실제로 경영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기업은 그에 상당하는 주식을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들였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는 이러한 주식재매입비용으로 수십 억 달러를 썼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은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 않으므로 월스트리트가 주목하는 숫자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스톡옵션은 무비용의 수단이 아니었다. 단지 그 비용이 손익계산서에 계상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 1995년 미기업의 로비로 스톡옵션은 주석으로만 기록되었다.)
P. 77
GE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비결은 이익의 성장이 아니라 성장의 일관성이었다. 전쟁이나 불경기 및 시장붕괴에도 불구하고 GE의 순이익은 계속 증가했다. 사실 GE의 영업이익은 놀랍게도 100분기 연속 성장했다.
웰치는 '스트레치(stretch)'란 용어를 즐겨 사용했다. 경영자들에게 무리한 듯 보이는 목표를 부과해서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 오라고 요구했다. 또한 '일관된 성장'을 강조했다." 투자자를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 "는 것이다. 물론 GE의 사업에서도 투자자가 놀랄 만한 일은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GE의 이익수치는 이러한 문제점을 덮어버렸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GE의 계열기업은 매 분기별로 구체적인 이익목표를 설정하고, '부서의 모든 권한을 동원하여' 그 목표를 달성했다. 실제 성과가 목표보다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 말이다.
P. 90
투자자가 실적숫자를 조작하는 경영자의 희생양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공생관계이다. 게임이란 용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게임은 쌍방이 하는 것이다.
게임은 투자자, 특히 뮤추얼펀드와 같은 전문적인 투자자와 기업 상호간에 이루어진다. 사실 전문투자자들은 공개되는 실적숫자가 관리되길 원한다. 어떤 의미에서 오도될 수 있는 정보를 원한다. 물론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문투자자들은 GE의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거나 혹은 펩시사가 부실을 대청소할 때에는 어떤 술책이 있음을 안다. 그러면 이들은 예외없이 주가를 띄운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조작된 실적 숫자를 보고 투자자들은 기꺼이 주식을 사들인다. 이 경우 숫자는 오직 숫자로서만 의미가 있을 뿐이고, 기업실적의 실체와는 큰 차이가 있다.
P. 118
자립할 수 있는 산업에서 경쟁은 다양성과 혁신을 촉진해서 소비자의 선택을 증대 시킨다. 패션 및 소프트웨어 산업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항공 산업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항공회사는 소프트웨어 기업과 같은 경쟁 사업체가 아니라 ' 날아다니는 공익사업(fling utilities) ' 이다.
하늘에서의 경쟁은 항공료만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뜨릴 뿐이다. 전기통신 서비스산업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시장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수십개의 전기통신서비스 회사가 존립할 수 있겠는가? 전화를 거는 데 수십가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잖는가?
P. 122
국내시장에 강한 자부심을 가진 미국 관리들은 개발도상국에게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민간투자는 경제개발에 아주 중요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자유로운 '자본이동'은 다른 것으로, 하나는 공장이나 산업단지 등에 대한 직접투자이고, 다른 하나는 현지 통화 등 금융자산을 거래하는 것인데, 종종 단기적이고 투기적인 양상을 띤다. 클린턴대통령의 경제자문관들, 특히 스티글리츠나 애런 블라인더는 조지 소로스와 같은 인물이 대규모 투기를 통해 개도국 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음을 걱정했다.
하지만 루빈의 접근방식이 힘을 얻고 있던 시기였다. 그것은 또한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미국은행들이 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결국 시장모델이 채택되었다.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자본이동은 자유화되었다. 이들 국가는 저축률이 높고, 오랜 호황을 겪어왔기 때문에 자본부족 문제가 없었다.
투기자들은 태국 등 아시아 국가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가지고 돈을 퍼부었다. 메르세데스나 BMW가 방콕의 거리를 누볐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으며, 외국자본은 순박한 휴스턴 사람 같이 인자해 보였다.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고층건물이 치솟아 올라갔지만, 지역경제의 필요를 감안하면 너무 지나쳤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단기자금은 다시 브라질 혹은 러시아 등 세계적 기적을 일으킬 다음 번 국가를 향해 이동했다. 태국의 바트화는 폭락했고, 경제는 붕괴되었으며, 실업이 급증했다. 상처는 오래 남았다. 몇 해가 지난 지금에도 태국에서는 이자가 지급되지 않고 있는 대출금이 40퍼센트나 되고, 2백 만 가구가 전화서비스를 해지했다.
P. 131
인터넷은 한마디로 정보전달 매체다. 길더가 예상 했듯이 인터넷은 개인소비자의 힘을 향상 시키고, 정보 및 지식의 불균형을 해소했다. 소비자는 인터넷을 통해 시장의 틈새를 조사해서 최저가격을 요구했다. 인터넷은 판매경로를 열어주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제공했다. 결국 인터넷은 수익을 올려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소시켰다.
P. 160
스킬링은 기업가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비용부문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사실 진정한 기업가는 모두 원가에 집착했다.(샘 월튼을 생각해보라.) 결국 스킬링이 품고 있었던 것은 기업가정신이 아니라 증권시장 정신이었다.
P. 177
신화 같은 얘기를 선전하는 것은 거품이 있다는 뜻이다. 진리의 싹, 즉 반 쯤 사실이거나 혹은 순간적으로 사실인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을 과장해서 아주 환상적인 모습을 만들 수 있다.
P. 228
부시가 하켄에 몸담고 있으면서 주식을 매각한 사건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1990년 6월 그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1만 2천 주를 주당 4달러에 매각했다. 이상하게도, 그는 주식매각 사실을 법에서 정한 날짜보다 34주나 늦게 보고했다. 더욱이 회사는 재무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었다.
곧이어 회사는 재무실적을 재작성 했고, 부시의 주식매각 이후 주가는 1달러로 급락했다. SEC는 아버지 부시에게 보고한 다음, 아들 부시가 하켄의 내부정보를 이용해서 거래했는지 조사했다. 이것은 아들 부시가 끝까지 거부하고 있는 기소내용이다.
또한 SEC는 1989년에 있었던 한 사건도 조사했다. 당시 아들 부시는 하켄의 감사위원회에서 일했다. 아직까지도 의문으로 남아 있지만, 하켄은 일단의 내부자들에게 자금을 대출해서 한 자회사의 통제권을 매수하게 했고, 그에 의해 수백만 달러의 부채를 은폐할 수 있었다.
P. 260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문화는 일찍이 존 메이나드 케인즈가 언급했다. 그는 1930년대에 전문투자자들의 투자분석 방법에 일침을 놓았다. 즉, 투자전문가들이 '매수 및 보유 전략'의 관점에서 투자가치를 평가하지 않고, 대중심리에 의해 3개월 혹은 1년 후의 시장평가가 어떻게 될지에 관심을 집중한다고 꼬집었다. 오늘날에도 케인즈의 말은 한 글자도 고칠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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