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이민

뉴질랜드 - 어느 분이 보내신 편지...

Nomades 2010. 2. 4. 17:34

이번 포스팅은 어느 분이 저에게 보내주신 메일과 답장입니다... 저에게 오는 쪽지나 메일이 종종 있는데, 이미 알려드렸듯이 모두 응답을 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메일은 답장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저는 제가 뉴질랜드에서 제일 꼬인 경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분의 글을 읽고 나니 제 가슴이 막 먹먹해 지면서 ... 오히려 저는 운이 좋다고 할 수 있겠더군요... 메일을 보내신 분의 동의를 구해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합니다... 뉴질랜드 유학 후 이민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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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메일 :

 

얼마 전 우연히 님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네요... 제가 8 월 말에 비행기를 탔으니 거의 님과 비슷한 시기에 비행기를 탄거 같네요..  나이는 제가 70년생인데..비슷하거나 저보다 약간 연배가 아래시지 않나 생각하고요.. 


솔직히 다른 카페나 블로그들은 대부분 장사하기 위한 일종의 꼬시기 버젼인데... 님의 블로그는 야생에서 살아온 live더군요..  더군다나 제가 겪은 일과 님이 겪은 일이 크게 다르지 않고 느낀 점도 매우 비슷하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자동차 학과를 신청하고 넘어오니 이미 장기부족직업군에서 제외 되었더라구요.. 아이가 없으므로 학비 혜택은 필요 없어서 다른 학과를 옮길까 하다가 이미 시작하고 벌인 일이라서 시작한 것은 끝내야 할 것 같아 한 학기를 묵묵히 참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다른 학생들과 경쟁하려니 솔직히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워낙 중국 아이들이 속칭 개판을 치고 있는 지라.. 덕분에 제가 우등생이 되었지요.... 학기를 마치고 긴 겨울 방학 동안 간단한 알바를 하며 개학 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 지난주... 개학을 며칠 앞두고 학교가 폐교된다고 소식이 있더라구요.. 


님의 블로그에 자타 공인된 가장 꼬인 케이스란 말이 갑자기 와 닿더라구요... 지난주 말부터 머리를 싸잡아 매고 고민을 거듭하고 거듭하다가 드디어 개학날 화요일에 학교에 가니... 선생방들이 이미 정리가 되기 시작 했더라구요.. 그리고 하는 말이 옵션을 2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이미 한학기 진행되었으니 나머지 학기 분을 리펀드 받고 돌아가는 것과 다른 하나는 유니텍으로 옮겨서 공부를 해라.. 다만 현재 학점을 얼마나 인정해 줄지는 모르겠다...라고 하더군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집사람과 처조카 세 명이 사는 지라 아무 내색도 못하고 혼자 속으로 고민하고 겉으로는 태연한 척을 했지만 지난주 성당에 가서 미사 시작 하면서 찬송을 부르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더라구요..갈 수도 없고 갈 곳도 없고...  옆에 마누라 볼까 눈물을 슬쩍 슬쩍 훔쳐 내면서요...  고국에 계신 어머님 생각하니 힘든척

할수도 없고요..

지난 주말 고민하다가 오늘 아는 분의 소개로 시내 컨설팅 업체에 다녀오니 영주권을 받기 위해 학교를 소개 시켜 주는데 알고 보니 IT 더라구요. 바로 학교에 가서 한국인 담당자 만나고 시설도 둘러보고 상담했는데 2년 교육에 비지니스 디플로마에 IT 배췰러를 준다고 졸업하고 취업만 하면 영주권 신청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다시 원래 다니는 학교 한국인 담당 에이젼트와 이야기하니 잘하면 학교가 살아날 수가 있다고.. 매각하면 학과를 계속 공부 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돌아와서 지금 고민중입니다...과연 이나라에서 산다는게 ...가능할지.... 죄송하지만 님이 IT를 포기하신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리고 혹시 이주 준비 중이라고 하시는데... 다른 나라로 가시는 건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쭤봐도 될지요? 


여하튼 좋은 일이 있으시길..이번주에 성당가면...햇살가득님을 위해서도 기도 드리겠습니다. 항상 좋은 일이 있으시길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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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메일 :

 

안녕하십니까.. 메일 잘 받았습니다..

 

이렇게 메일이나 쪽지를 보내시는 분들에게 일절 답장을 드리지 않고 있는데요. 님의 메일에는 답장을 드리지 않을수가 없네요...

 

저도 70년 생입니다.. ^^ ; 동갑이네요... 사는 곳은 NewLynn이구요...

 

제가 IT를 포기한 이유는 IT가 장기부족직군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부로 IT중에서 Bachelor's Degree에 해당하지 않는 IT과정은 장기부족직군이 받는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겁니다.

 

그런 이유로 아이의 학비혜택을 받는 것이 불가능해 졌습니다.. 그래서 포기를 했습니다. 물론 단순히 이런 사유만으로는 환불이 안됩니다... 저의 경우는 거기에 더해서 비자 자체가 이민부에서 엉망으로 발급이 되서 환불까지 가게 된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적당한 시기에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요.. ^^ ;

 

그리고 이주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갈 예정입니다. 지금 다 결정이 되서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어디로 갈지는 아직 공개를 할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님의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믿음은 없지만 님의 앞날에도 행복이 가득하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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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메일 2 :

 

ㅎㅎ 동갑이시라니 반갑네요....

적지 않은 나이에 용감한 건지, 무식한 건지 저도 잘 모르겠는데... 외국으로 오는 것이 참 힘든 결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저도 그렇고 님도 그렇고.. 


저도 네이버에 블로그를 조금 올리긴 했으나 이 핑계 저 핑계로 글도 잘 못 올리고... 아무래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다 보니 힘든 것은 빼고... 


그러다 보니 포장되었더라구요..마치 뉴질랜드가 좋은 것 처럼... 다른 삐끼들과 다름없지 않나 싶어 중도를 지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님의 글은 처음도착부터 살아오신 이야기를 가감없이 적으셨더라구요...현실을 그대로.. 그래도 사람들은 읽고 편한대로 해석하더라구요..자기한테 맞도록 말이죠..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좋은 일들이 있어야 했는데...그러질 못한거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가급적이면 한국인은 최소한 만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거의 알고 지내는 사람이 없고.. 마눌따라 성당에 나가 이제 교육 받기 시작한 새내기 입니다만.... 이제 믿고 의지할곳이 하늘밖에 없더라구요..(나약한 인간의 모습 ^^) 


어쨌든 새로운 결정에 좋은 일들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 글을 올리셔도 상관없습니다...그리고 한번 꼭 짜장면이라도 같이 먹고 싶네요. 제가 지리를 잘 몰라서...노스쇼어에 짜장면 잘하는데가 있어서 가족분들과 오시면 담소라도 나누시고 짱께(짬뽕도 맛있어요) 한 그릇 대접하고 싶습니다... 동갑이라서 편안한 마음이 드네요..